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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는 겉보기에 그저 그런 대전격투게임형 소년 만화라고 생각해버리기 쉽지만 의외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연금술에서의 등가교환의 법칙 이라는 설정의 본질은 인과율 이라는 소년 만화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철학적 명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다.
등가교환의 법칙. 질량 1g의 물질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같은 1g의 물질이 필요하다는 설정은 세상 만사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인과율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언가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댓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독특한 설정은 주인공 엘릭형제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작품 내용상 두 주인공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철학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살리고 싶다는 강한 욕구로 금지된 인체연성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그 댓가로 형은 팔과 다리, 동생은 온 몸을 잃어버리는 댓가를 치른다. 그 정도로 정리된 줄 알았던 등가교환의 원칙은 사랑하던 어머니의 형상을 한 존재가 세상을 활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그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야 하는 고통이라는 댓가를 또 다시 요구한다. 현자의 돌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연금술의 도구도 그것을 얻기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파멸을 댓가로 요구한다.
성공할 수 없는 연금술인 인체연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불사의 존재 호문큘러스. 불사의 육신과 인간을 초월한 능력, 하지만 영혼이 없는 존재. 위 요소만 빼면 인간과 다른 것이 없는 존재. 이 존재는 언뜻 보기에 그저 인간을 만들려다 나온 실패작으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인간이 되기를 염원한다는 점이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단초이다.
주인공 형제가 자신들의 완전한 원래의 몸을 되찾기를 원하듯 호문큘러스들도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등가교환의 원칙, 즉 인과율은 이들에게도 적용되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치뤄야 할 댓가가 존재했다. 그리드가 그러했듯이 러스트도 사람이 되는 길은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에게 부재했던 영혼은 죽음 전의 본체가 지녔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들에 가슴아파하는 순간 존재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죽는 순간에는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불사의 육신이 더 이상 불사가 아니게 되어 무력하게 죽음에 이르게 됨으로써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죽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신의 형상을 했으나 금수와 같은 존재였던 인간은 금지된 선악과를 먹음으로 인해 눈이 밝아져 신과 같이 되었으나 신의 말씀을 거역한 죄에 대한 댓가로 낙원에서의 추방, 노동과 출산의 고통, 그리고 유한한 육신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얻게 되었다는 성경의 창세기부분을 원형으로 하는 이야기다. 선악과에 의해 밝아진 눈을 호문큘러스의 영혼의 발생에 대응시키면 호문큘러스는 역으로 인간이 되기 위해 영혼을 지닌 채 유한한 육신으로 죽음을 맞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스스로의 영혼을 지닌 채 피할 수 없는 죽음앞에 무력하게 스러져 자신의 존재의 끝을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맺음으로써 인간이 된다. - 강철의 연금술사는 삶의 본질을 죽음에서 찾아 삶이 죽음에 의해 참되게 된다는 죽음에 관한 한 철학적 사고방식을 호문큘러스라는 존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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