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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양이의 죽음
생각 | 2001. 9. 8. 00:00
자정이 지난 늦은 밤, 과외선생 노릇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허나 뭔가 실루엣이 이상스러워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등 쪽을 보인 자세로 누워 있길래 반대편으로 돌아보았더니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었다. 경직된 안면 근육에 아로새겨진 무시무시한 표정이 절명직전의 녀석이 어땠을지 충분히 잘 알려주었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혈흔따윈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인 듯 싶었다. 대로변이니 차에 치였겠지하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인도 한 복판에 있는것이 이상했다. 아마 차에 치인 후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도에 올라와서 숨졌던가 아니면 고양이를 친 운전자 내지는 다른 운전자가 도로 한 복판위에 숨져있는 고양이를 곁으로 치워 놓은 것일테다. 늙어 죽을만큼 나이든 놈은 아니었으니. 더군다나 누워 있는 자세가 자연스러웠고 표정으로 봐선 고통에 신음하다 간 것 같으니 전자쪽일 확률이 높다.



도둑고양이라 하는 떠돌이 고양이들, 그런 고양이들이 많은 이유는 개와 비견되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개와는 달리 인간을 그냥 한 마리의 크고 이상한 다른 고양이 정도로 인지하는 고양이란 동물들 - 보헤미안의 피를 타고난 녀석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녀석들... 결국 객사할 운명인 건가... 시적이군...



자유분방하고 방랑적인 삶 - 고양이같은 - 에도, 어떤 규율적인 무엇인가에 - 가족, 회사, 도덕등등 - 속박되어 사는 삶도 둘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흔히들 어떤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의 장점만 보고 단점은 보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오늘 그 중의 한 단점의 진면목과 조우했다.




그런 말들을 읊조리며 녀석에게 조문하고 얼굴을 돌렸다. 맑은 밤하늘에 달이 참 창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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